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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직한’ 바스키아...하정우의 ‘피에로’

‘피에로’는 ‘슬픔의 상징’이다. 하얗고 빨갛게 분장을 한 얼굴은 페인트에 가려져 표정을 읽을 수 없다. 잔뜩 부풀린 배는 한 번쯤 건드려보고 싶다. 아무리 귀찮게 달려들어도 짖궂게 장난을 쳐도 피에로는 웃고만 있을 것 같다. 아둔하게도 늘상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곤 하는 피에로는 광대다. 그런 피에로는 슬프다. 어차피 입만 웃고 있는 피에로다.

하정우의 내면은 늘 웃어야 하는 피에로를 통해 대변됐다. 노란 바탕의 피에로(’wig’)는 검은 색의 굵은 선이 아프리카의 피에로를 연상시킨다. 아예 검은 피에로(’I Love Film’) 도 있다. 반짝이는 눈은 먼 곳을 응시하고 있는 듯하다. 이러한 과감한 색감과 파격적인 화면으로 피에로를 담아낸 작가 하정우의 피에로 개인전이 오는 3월 9일부터 15일까지 인사아트센터 본전시장, 3월 18일부터 2주간 동원화랑에서 열린다. 


배우 하정우가 그린 ’또 다른 배우’ 피에로의 그림을 통해 그는 자신의 내면을 고스란히 담았다. 희가극에 등장하는 익살꾼 피에로는 감정을 위장해 때로는 시대의 비판을, 때로는 삶의 비극적인 입장에 다가서며 현대인의 감정을 대변해왔다는 사실을 인식한 발상이다.

하정우는 배우이기 이전에 지난 2010년 닥터박 갤러리의 개인전, 2010 동아일보 미디어센터에서 하정우 초대전, ARTiSTAR, CHUPOP‘Star 기획전에 참여한 바 있고 각종 아트페어와 초대 개인전을 준비하고 있을 만큼 준비된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줄 20여점의 피에로 작품들에서는 하정우 자체이기도 한 배우의 모습을 비유하는 그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그것은 하정우의 초기작에 많은 영향을 미친 바스키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 ’정직한 바스키아‘의 모습이다.

장 미셸 바스키아(1960~1988)는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로 그가 지나는 거리는 그림으로 물들기에 ’거리의 시인‘으로 불리기도 했다. 낙서, 인종주의, 해부학, 흑인영웅, 만화, 자전적 이야기, 죽음 등의 주제를 다뤄 비극적인 삶 속에서 생존의 본능이 번뜩이는 충격적이고 충동적인 작품을 남기며 팝아트 계열의 천재적 자유구상화가로 자리하게 됐다.

’검은 피카소‘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바스키아의 영향을 받은 하정우의 피에로에서는 다소 ’정직한‘ 바스키아의 면면을 만나볼 수도 있다. 그러면서도 미술명론가 김종근의 말처럼 “초기에 바스키아에 영향에서 벗어나 하정우만의 패턴과 이미지를 가지면서 ’일관된 주제’로 인물과 자신의 영화 속 캐릭터 등에서 느끼는 영감을 ’의식의 흐름’ 속에서 형상화”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팝아트와 표현주의의 화풍을 함께 떠올리게 하는 하정우는 이번 전시를 통해 모든 인물을 단순화하고 쉬운 형태로 변화시켜 보편적인 대중의 인식과 이해를 도모하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고승희 기자 @seungheez>
shee@heraldcorp.com

[사진 제공=아트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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