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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귀남 수사개입 논란에 “측근비리 더 독하게 될 것”
이귀남(60ㆍ사법연수원 12기) 법무부장관이 법무부ㆍ검찰 조직 내홍(內訌)의 한가운데 섰다. 김준규(56ㆍ11기) 검찰총장을 거치지 않고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일선 검사를 지휘해 검찰청법을 어겼다는 논란이다. 이 장관과 법무부는 사실무근으로 일축했지만, 검찰 내부에선 ‘수사지휘는 사실’이라는 얘기가 흘러나오면서 검찰의 술렁임은 진폭을 더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측근 참모로 분류되는 이 장관의 설화(說話)는 진위 여부와 별개로 정권 후반기 서릿발 같은 사정수사를 전개해야 하는 검찰에 부담을 지운다. 일각에선 6개월여 남은 ‘김준규 체제’가 정권 측근 수사에 박차를 가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귀남 발(發)’ 내홍은 이 장관의 ▷서울서부지검의 한화그룹 수사 과정에서 홍동옥 전 최고재무책임자 불구속 수사지휘 ▷지난해 6 ㆍ2 지방선거 전 울산지검의 한나라당 선거사범 불구속 수사지휘 등이 발단이다. 두 건 모두 검찰 내 신망이 두터웠던 남기춘(51ㆍ15기) 전 검사장이 지검장으로 있었고, 이 장관의 수사지휘를 거부하다 결국 옷을 벗은 것으로 전해진다. 
대우건설 사장에게서 거액의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이 18일오전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 msiron@

검찰 내에서 흘러나오는 이 장관의 불법 수사지휘 의혹은 꼬여버린 법무ㆍ검찰 수뇌부 인사와 그에 따른 소통부재가 오랜 기간 곪아온 끝에 터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장관은 김준규 총장을 지휘해야 하는 위치이지만 한 기수 아래다. ‘사법연수원-나이-사법시험’ 등의 순으로 위ㆍ아래를 구분하는 법조계의 관행을 볼 때 두 사람의 관계설정은 처음부터 애매했다. 문제가 된 한화나 6ㆍ2지방선거 수사에서 이 장관이 김 총장을 제쳐두고 일선에 불구속 수사 지휘 혹은 의견제시를 했을 가능성도 이런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불구속 수사 지휘 논란이 이 장관을 정권 측근으로 낙인찍어 진퇴양난 처지로 몰아 넣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정황은 사정 수사를 진행할 검찰 조직과 더 큰 불협화음을 낼 도화선이 될 공산이 있다. 청와대ㆍ여권의 언질을 받아 검찰 수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을 키운 꼴이 됐기 때문. 한화그룹 비자금 수사만 해도 ‘재계의 과잉수사 목소리→청와대 전달→주요 인사 불구속 수사지휘’의 얼개가 회자됐고, 남기춘 전 검사장의 전격적인 퇴임이 이를 기정사실화한 측면이 있다.

이에 따라 김준규 총장 체제가 독을 품고 측근비리 수사에 달려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검찰은 이미 ‘건설현장 식당 비리’ 사건 수사에서 이 대통령의 측근들을 옥죄며 ‘권력형 게이트’ 수사 체제로 옮겨가고 있다.

대우건설 서종욱 사장한테서 백화점 상품권을 받은 의혹으로 이날 서울동부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장수만 전 방위사업청장은 대통령직인수위를 거쳐 조달청장, 국방부 차관으로 고속질주하며 대표적인 MB측근으로 분류된 인사다.

앞서 이 대통령의 대학 동창인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의 비리혐의를 포착해 구속기소한 검찰로선 사정 칼날을 본격적으로 정권 실세에 들이대는 것이다.

장 전 청장과 같은 사건에 연루돼 구속기소된 강희락 전 경찰청장은 ‘고려대ㆍTK(대구경북)’라인이며, 배건기 전 청와대 감찰팀장과 최영(구속기소) 강원랜드 사장도 서울시 근무 인연으로 ‘MB인사’에 속한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번 부당한 수사지휘 논란으로 자존심 강한 검찰이 한층 독하게 움직일 수 있다”며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간 원활한 의견 조율이 아쉽다”고 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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