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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유럽계 자금 코리아 엑소더스?
외국계증권사 창구별 매매로 본 심상찮은 외국인 매도세
6社 12거래일 2兆 순매도

모건스탠리 비차익 매도주도

차익실현·작전 여부 주목



가뜩이나 거래가 위축된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심상찮다. 현ㆍ선물은 물론 차익과 비차익까지 모두 아래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특히 외국인 매수의 중요한 축이었던 비차익(베이시스와 무관하게 주식 사고 팜) 매수세의 둔화가 눈에 띈다. 최근 며칠 동안 전혀 다른 오전장과 오후장을 만들어낸 주역도 비차익매수였다. 아울러 지난 14개월 동안 꾸준히 순매수를 유지하던 미국계 자금마저 이탈 조짐이 뚜렷하다.

1월 27일 코스피가 2021로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던 이후 2월 16일까지 12거래일 동안 외국계 증권사 창구별 순매수 현황을 조사한 결과, 크레디트스위스, UBS, BNP 등 유럽계 3사와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씨티그룹 등 미국계 3사가 순매도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6개사의 순매도 주문만 2조원이 넘는다. ▶표 참조

유럽계 3사의 경우 이전 조정장에서도 순매도가 많았던 만큼 새롭지 않지만, 문제는 모건스탠리를 비롯한 미국계 3사의 순매도다. 2009년 11월 이후 미국계 자금이 월간단위로 순매도를 기록한 적은 한 번도 없다. 미국계 자금이 움직인다면 단기자금뿐 아니라 일부 장기자금까지 꿈틀거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럽계는 화학과 IT, 미국계는 운송장비 등 지난 2년 상승장의 트로이카 업종을 집중매도하는 점도 꺼림칙하다.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나설 때는 현ㆍ선물, 옵션, 프로그램 등 시장을 넘나드는 치밀한 철수작전을 펼치는 게 보통이다. 최근 외국인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현물은 물론 선물도, 차익은 물론 비차익도 모두 2009년 이후 가장 뚜렷한 순매도 추세다. ▶그래프 참조

이 네 가지가 모두 순매도로 뚜렷이 방향을 튼 적은 2009년 3월 이후 한 차례도 없었다.


특히 지난 15일 비차익프로그램 매도를 주도한 모건스탠리 창구의 움직임은 시장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김현준 IBK증권 연구원은 “1월과 2월 옵션만기 당시에도 모건스탠리 창구를 통해 1조2000억원의 순차익잔고가 감소해 국내증시가 조정을 받았다. 모건스탠리 창구의 프로그램 매물은 베이시스(주가지수 선물과 주가지수의 차이)가 극도로 악화됐을 때 출현한다는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15일 -1포인트까지 추락했던 베이시스가 16일 콘탱고(선물가격이 현물보다 높은 상태)를 회복했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다. 차익을 보존한 채 매도를 진행하려는 외국인들의 ‘작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선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영양가 없는 베이시스 개선은 시장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외국인 비차익매도가 현물지수를 하락시켜 상대적으로 선물을 고평가되게 만드는 것은 시장 투자심리를 개선시키는 의미가 없다”고 풀이했다.

김현준 IBK연구원도 “외국인의 일시적인 선물매수 포지션이 나타났지만, 옵션과 현물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구축하고 있다. 결국 베이시스 개선을 만들어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베이시스를 개선시켜 자신들의 매도물량을 받아줄 국내자금의 프로그램 순매수를 유발시킨 셈이다”고 설명했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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