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정부의 물가정책에 비판 섞인 의견을 쏟아냈다. 근본적 처방인 금리 정책을 마다하고 정부가 기업 억제 정책을 펼친다는 비판론부터 시작해, 기업과 정부 편을 가르는 이분법적 논쟁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국은행이 금리 정책을 사용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홍종학 경원대 경제학과 교수는 “댐을 열어놓고 손으로 막겠다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물가를 잡는 기관”이란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1970년대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기업이 이익을 내는게 문제라면 삼성전자의 10조원 이익은 전 세계 시민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한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강준구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 물가정책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계절적이거나 일시적 요인이라면 가격 분산을 통한 미시적 물가 상승 억제 정책에 일부 일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정부는 물가 상승에 지속적인 요인이 없는지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연구원은 이어 “이런 상황에서 가격을 통제하면 자원 왜곡 효과가 발생하고, 나중에 더 큰 위험이 돼 돌아온다”고 경고했다.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미시적인 처방을 펼치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기업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정부 정책이 물가 상승세를 억제시키는데 어느 정도 효과는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근본적인 처방이 될 수는 없다”고 그는 지적했다.
김 연구부장은 “지금의 물가 상승세는 단순히 공급 측면이나 담합에 의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면서 “최근 경제 성장세와 낮은 금리가 낳은 부작용”이라고 진단했다. 한은의 금리 인상이 근본적인 처방이라는 의견인 셈이다.
홍종학 교수는 “물가는 물론 전세대란도 따지고보면 고환율 저금리 정책 때문”이라면서 “한은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조동근 교수 역시 “기업의 팔을 비틀어 물가를 내린다 해도 길게 보면 잘못된 정책”이라면서 “물가는 기본적으로 화폐 현상이고 통화량으로 잡아야 하며, 이는 기본적인 한은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이 문제냐, 정부가 문제냐란 이분법적 논란 자체가 문제라는 비판도 나왔다. 김선빈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무엇보다 경계해야할 것은 ‘관치다’ 또는 ‘시장에 맞겨야 한다’는 식의 단순 논쟁으로 끌고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경제를 ‘비커 속의 물이 서서히 데워져 개구리가 죽는 상황’이라고 김 연구원은 지적하면서 “소모적 논쟁보다는 (기업과 정부가) 한번이라도 더 만나서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고 고통 분담, 경제 발전이란 목표를 공유해야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조현숙ㆍ홍승완ㆍ오연주 기자 @oreilleneu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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