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특별위원회가 지난 14일 한동우 전 신한생명 부회장을 차기 신한지주 회장 내정자로 확정했다. 이에 따라 신한금융은 그동안 미뤄뒀던 미래 경영계획 추진을 위한 조직정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 회장 내정자를 중심으로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훼손된 브랜드 가치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한이 옛 명성을 되찾으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금융권의 시선은 과연 올해도 신한이 업계 최고 수익을 달성할 수 있는 지에 모아지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 해 순익 2조3800억원을 기록, 3년 연속 업계 최고 실적을 올렸다. 시장에서는 내분 사태로 조직이 흔들리는 와중에 이룬 성과라며 ‘역시 신한’이라고 추켜세웠다. 수익의 절반을 비은행 부문에서 거둬 자산 포트폴리오도 금융지주사 가운데 최고라고 칭찬했다.
하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이같은 실적은 라응찬 전 회장, 신상훈 전 사장, 이백순 전 은행장 등 전임자가 쌓아놓은 경영성과에서 비롯된 것이란 평가가 많다. 타 금융사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 집중할 때 전임자들이 이에 대한 위험을 사전 인지하고 조직의 중심을 흐트러뜨리지 않음으로써 지난 해도 업계 최고 실적을 낼 수 있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신한금융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업계는 포화상태인 국내 금융시장에서 벗어나기 위해 세계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신한금융은 지난 해 9월 내분사태가 발발한 이후 신시장 개척 프로젝트를 전면 중단했었다. 시장 내 위상하락도 불가피하다. 하나금융지주가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하면 신한금융은 업계 4위로 내려앉게 된다. 당치 큰 게 능사는 아니지만 사세의 위축도 무시 못한다.
내부를 들여다보면 더 갑갑하다. ‘친 라’와 ‘반 라’ 진영의 대리전으로 치러진 회장 선출전에서 한 내정자는 친 라의 지원으로 승리했지만 반 라 진영인 재일교포 사외이사 대부분은 끝내 그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최종 투표결과 특위 위원 9명 중 한 내정자는 5표, 강력한 경쟁자였던 한택수 국제금융센터 이사회 의장은 3표를 얻었다. 친 라 진영인 국내 사외이사 중 한명이 한 의장을 지지했으나 재일교포 사외이사 중 1명이 한 내정자 지지로 돌아서자 막판에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내정자는 회장 내정직후 기자회견에서 “(교포 주주들과) 아버지 때부터 교분이 두텁다”고 했다. 하지만 한 내정자를 잘 아는 전직 신한금융의 한 인사는 “한 내정자가 전임자들에 비해 교포주주들의 이해관계를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 내분사태를 겪으면서 신한금융 내 재일교포 주주들의 위상도 달라졌다. 예전과 같은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가다. 하지만 교포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면 경영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게 신한금융 안팎의 대체적인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한 내정자가 가장 먼저 할 일은 재일교포 주주들을 끌어안는 일”이라며 “이것이 갈라진 조직을 통합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신창훈 기자 @1chun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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