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코스피가 한 달여 만에 2,000선 밑으로 내려간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세계 금융시장의 자금이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리스크, 이집트 사태 불확실성 등이 악재로 다시 등장해 조정이 예상보다 더 길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무엇보다 최근 4거래일 동안 무려 2조원 이상 팔아치운 외국인들의 스탠스가 관심사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 7월 외국인 매수세가 시작될 즈음 지수가 1,950선 정도였기 때문에 더 팔 경우 손해를 볼 수 있다”며 “국내 유동성은 양호하기 때문에 조정 하단을 1,970선 내외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나 신흥국 긴축 우려가 아직 살아있다”며 “북한 리스크와 이집트 사태가 지수 하락의 주요 원인은 아니지만 ‘엎친 데덮친 격’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실적도 녹록지 않다. 1분기 실적이 나쁘지는 않겠지만, 이익이 눈에 띄게 개선되는 업종도 크게 줄었다. 한치환 대우증권 연구원은 “다음달 말 시작될 1분기 어닝시즌은 기대치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정도일 뿐 큰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홍기석 삼성운용 팀장은 “석유화학업종을 제외하면 1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대할 만한 업종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자동차가 견조한 이익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조정이 1분기를 넘길 것 같지는 않지만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어 ‘두부 모 자르듯’ 반등할 여지는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조정은 저가 매수 기회라는 주장도 있다.
권혁준 한맥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조정이 이어질 경우 지난 랠리 과정에서 진입 시점을 놓쳤던 국내 자금의 저가 매수 심리를 이끌어낼 가능성도 높다”며 “급격한 기조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지만 하방 리스크도 점차 완화될 만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박정우 SK증권 연구원은 “ 국내증시가 12개월 예상 기준으로 10 배까지 떨어지며 가격부담은 많이 줄어 든 상태”라며 “에너지와 대형 IT 소재업종을 중심으로는 비중확대, 긴축 사이클에 노출되어 있는 소재와 산업재는 비중축소와 더불어 개별 대형주 위주의 플레이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