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와 에너지가격 급등으로 화섬업계가 때 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7일 섬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화섬업체들의 매출액이 평균 10% 이상 늘어났으며 흑자폭 확대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또 지난해 이후부터 휴비스, 효성, 웅진케미칼, 코오롱 등의 화섬부문 가동률이 100%에 이른다.

이는 세계적인 기상이변으로 인해 면화의 작황이 나빠진데 따른 것이다. 화섬사는 면사의 대체재가 된다. 특히 폴리에스터 가격은 어김없이 면화 가격을 따라 동반 상승하고 있다.

덕분에 웅진케미칼은 2009년 5500억원에 달했던 섬유부문 매출이 지난해엔 6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도 화섬사업 매출액이 2009년 9383억원에서 지난해는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뉴욕국제거래소 3월선물 원면가격은 작황부진으로 지난달 한 때 파운드당 1달러61센트로 사상 최고 가격을 경신했다. 원면값은 지난해 초 3월물 기준 파운드당 60센트대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해 1년 새 3배 가까이 오른 셈이다. 

세계 주요 원면 생산지는 북반구의 인도 및 파키스탄 중국 미국 카자흐스탄 이디오피아와 남반구의 호주 브라질 등. 이 가운데 호주의 대홍수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이상저온, 파키스탄 등 북인도지역의 폭설 등 수년째 기상이변이 속출하면서 작황이 크게 나빠졌다. 브라질과 미국 등에서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위한 옥수수 등 대체작물 재배로 면화 경작지 면적이 축소된 것도 원면가격 폭등에 불을 붙였다.

원면값 상승에는 중국의 원면 투기적 매수세와 국제 투기자본의 투기도 가세했다. 따라서 호주산 면화가 출하되는 올 3월 이후에도 원면가격 하락을 기대할 수 없는 이유다. 북반구의 면화는 9월 이후에 출하될 예정이다.

대한방직협회에 따르면, 올해 세계 원면 생산량은 남ㆍ북반구 합쳐 2500만t으로 전년보다 15% 가량 늘어나게 된다. 기초 재고량 890만t까지 합쳐도 공장 소비량(2500만t)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원면값 상승에 따른 화섬업체의 반사이익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화섬사 가격은 30% 가량 올랐으며, 수출량도 10% 이상 증가했다. 최근 들어서도 이같은 호황은 유지되어, 최소한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화섬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지난 10년간 중국 화섬업체의 증설에 따라 국내 주요 업체들이 사업장을 정리하거나 생산량을 절반 이하로 줄인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 심지어 지난 2004∼2005년 공장문을 완전히 닫았던 금강화섬도 지난해부터 일부 재가동을 시작했다. 한국합섬만이 공장 매각과 사업장 정리를 진행하는 중이다. 

국제 원면가격이 폭등하면서 화섬업계가 2년째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웅진케미칼의 구미1공장 화섬원사 생산라인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웅진케미칼 관계자는 “중국 눈치만 보던 국내 화섬업계가 국제 원면가격 상승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며 “면사의 장점인 보온성과 흡습성을 살린 기능성 화섬사가 대거 개발된 것도 호황을 이어가는 한 요인”이라고 전했다.

원면값 상승에 따라 면방직업계도 호황을 맞았다. 다만 수건 양말 속옷 의류 등 원단 수요업체는 면사가격 급등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원자재값 급등을 그대로 반영해 가격을 올리진 못하기 때문이다.

면방직업체인 ㈜전방 관계자는 “원면가격이 오르면서 원사가격도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다”며 “최근 혹한까지 겹쳐 면사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문술 기자@munrae>freiheit@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