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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몸치'도 연기 달인 만드는 김학철 ‘연기 30계명’
배우 김학철이 트위터로 후배들을 위한 연기지도에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tvN 코믹멜로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에서 박규 사장 역으로 열연하고 있는 김학철이 30년 연기인생을 담은 ‘연기 30계명’을 전격 공개했다.

김학철은 최근 자신의 트위터(@hakcheolkim)에 “배우 지망생을 위한 ‘김학철 트위터 연기방’을 세계 최초로 오픈합니다”라고 개설 소식을 전했다. 이어 “30년 연기생활의 경험을 다 전수합니다. 널리 보도해 주세요”라며 많은 관심을 부탁하기도.

‘박술희’, ‘흑수돌’, ‘오병탁’ 등 선 굵은 연기로 조연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한 김학철의 연기조언은 그야말로 영양가 만점이다. ‘엄마의 잔소리에 대단한 보물이 들어있다. 관찰력을 가져라’를 비롯해 ‘두 줄기 눈물은 추하다. 감정 과잉은 관객과 배우를 지치게 한다’ 등 경험에서 우러나온 주옥 같은 표현들이 시선을 끈다.

또 ‘주연은 정서적 진실 전달, 조연은 재미와 활기. <시라노, 연애조작단>과 <시크릿 가든>에 답이 숨어있다’와 같이 최근 인기작들에 대한 분석도 재미있다. ‘애드립은 반드시 연출의 허락을 받고 해라. 안 그러면 공백기가 길어진다’처럼 재치 있지만 뼈 있는 조언들도 눈에 띄었다.

30계명을 넘어 틈날 때마다 계속해서 연기조언을 올리고 있는 김학철은 “내년쯤 ‘김학철 트위터 연기방’을 제목으로 책 출간도 계획하고 있다”며 “공개는 무릎팍 도사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혀 관심을 끌었다.

한편, 김학철이 ‘빨리박규’ 캐릭터로 열연중인 ‘원스어폰어타임 인 생초리’는 중반부 이후 빠른 극 전개와 높은 몰입도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무서운 뒷심을 타고 있다.

[김학철 트위터 연기방 33호]

1. 상투적인 연기를 하지 말자. ㅡ어떻게 참신한 연기를 할 것인가? 배우 누구나 고민한다. 천진한 아이들의 놀이를 관찰하다 보면 답이 숨어있다. 그들은 상황 을 믿고 행동한다. 믿어라. 그럼 네 연기가 구원을 얻을 것이다.

2. 연기를 꾸미지말자. ㅡ꾸미는 순간 관객은 눈치챈다. 집중하다 보면 나두 모르는 감정과 몸짓과 소리가 터진다. 그 때 관객은 빨려든다. 너무 계산적인 연기는 김빠진 맥주다. 우리도 계산적으로 태어난 게 아니 듯 자연을 이길 순 없다.

3. 자기의 본질에서 출발하자. ㅡ이효리는 이효리다워야 살구 이영자는 이영자다워야 아름답다. 영자가 다이어트해서 효리가 되면 엄청난 인류의 불행이다. 영자는 듬직해야 영자답다. 제발 살빼지 마라. 박술희도,흑수돌도.오병탁도 김학철답게 표현한 거다.

4. 이왕이면 매력적인 연기를 하자. ㅡ배우는 상품이다. 대사에 치여 쩔쩔매는 배우는 곧 퇴출된다. 퇴장해서두 다시 보구 싶은 배우가 되라. 나만의 매력으로 무장하라! 인품과 교양은 끊임없이 연마할 때 얻어진다. 책을 애인처럼 사랑하라.

5. 우리 말의 어미,말 끝은 감정의 완성이자 종점이다. ㅡ그런데 마포종점에서 사연은 시작되 듯 어미의 종결 후 연기는 시작된다. 대사 후의 눈빛연기에서 모든 게 결판난다. 관객은 모든 걸 알구있다. 관객을 속일 수 없다.

6. 액션은 리액션이다. ㅡ세계적으로 리액션 좋은 배우들이 대세다. 잭 니콜슨의 뻐꾸기 위로 날아간 새. 로버트 드 니로의 택시 드라이버. 알 파치노의 여인의 향기를 분석해라. 거기에 답이 숨어 있다. 액션 못지않게 중요한게 리액션이다.

7. 엄마의 잔소리에 대단한 보물이 들어있다.관찰력을 가져라. ㅡ어렸을 적 끊임없이 이어지는 엄마의 현란한 얼굴표정과 잔소리를 듣고 어떤 배우가 저런 독창적 연기를 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뼈저리게 감탄했다. 관찰력은 주위에 도사리구 있다.

8. 이런 똥배우가 되지 말자. ㅡ무자비한 침공세. 목만 쥐어짜는 배우. 감정이 상승될수록 하중을 최대한 단전 아래루 내려라. 발바닥이 뜨거워지록. 그리고 척추를 세우구 목을 열어라. 70퍼센트의 에너지와 호흡을 내뱉고 나머진 저축해라.

9. 21세기 열린 연기를. ㅡ연기는 70퍼센트만 하고 나머진 관객에게 던져라. 배우의 연기가 빽빽하면 관객은 괴롭다. 동양화의 여백처럼 비어있을 때 관객은 상상력으로 채운다. 교감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채플린은 훌륭한 스승이다. 그 눈빛은 압권이다.

10. 감정의 변화는 음계의 변화다. ㅡ소리만 지르지마라. 감정이 바뀔 때 대사의 음계두 바꿔라. 모노톤의 배우는 생계가 위험해진다. 로렌스 올리비에의 햄릿을 보면 변화무쌍한 음계가 음악처럼 황홀하게 들린다. 연기는 음악이다. 음치는 연기두 못한다.

11. 입으로만 조잘대지 말자. ㅡ온몸이 발성기관이다. 깊은호흡에서 깊은 연기가 나온다. 얕은 호흡에선 얄팍한 연기가 나온다. 비결은 단전호흡이다. 숨을 깊게 마시고 천천히 뱉으며 대사쳐라. 작가의 호흡대루 말해라. 작가가 이뻐한다. 또 쓴다.

12. 자신만의 일상화법을 연기에 접목하라. ㅡ자기꼴에서 출발하는 게 연기다. 거침없이 자기를 드러내자. 자신의 단점도 장점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무대 위에서 가슴이 빈약한 모델이 거침없이 가슴을 드러낼 때 우린 감동한다.

13. 평소의 언어습관이 대사력이다. ㅡ평상시에 정확하고 건전하구 품위있게 얘기하라. 좋은 습관은 좋은 연기를 낳는다. 배우가 오히려 규칙적인 생활을 할 때 그 연기에 믿음이 간다. 기인처럼 행동하지마라. 말년이 비참해진다. 세상은 연극무대다.

14. 상식을 배반하라. ㅡ관객의 예상대루만 연기하지 마라. 관객한테 버림받는다. 고분고분한 여자가 결국 나쁜 남자한테 버림받 듯. 관객은 자신의 상상력을 뛰어넘을 때 기꺼이 지갑을 연다. 연기가 너무 친절하게 설명적이면 관객은 하품한다.

15. 연기의 의외성을 발견하라. ㅡ고생한 얘기를 오히려 씩 웃으며 얘기할 때 연민이 생긴다. 유머까지 곁들이면 더 짜릿하다. 슬픔을 질척거리지 않구 경쾌한 속도루 얘기할 때 우린 가슴이 무너진다. 그래서 슬픔은 힘이 세다.

16. 주연ㅡ정서적 진실 전달. 조연ㅡ재미와 활기를 불어넣는다. 시라노,연애조작단과 시크릿 가든에 답이 숨어있다. 트친들이 찾아서 제게 트윗하세요.

17. 코메디는 지적 게임이다. ㅡ타이밍이 중요하다. 말의 포인트를 찍어라. 상황에 진지할수록 관객은 뒤집어진다. 일부러 웃기려구 하면 관객은 도망간다. 한번 도망간 관객은 소녀시대가 불러두 안 간다. 일상을 항상 주시하라. 상황이 웃기면 성공이다.

18. 감정이 차올랐을 때 견뎌라. ㅡ슬픔을 견딜 때 더 슬프구 웃음을 참을 때 더 웃기구 분노를 삭힐 때 더 분노가 느껴진다. 둑에 물이 고이는 시간이 필요하다. 호수에 돌을 던졌을 때 파장이 번지는 시간이 관객을 기대하게 한다.

19. 평소에 자유롭게 감정을 표현하라. ㅡ볼거리는 사물에만 있지않다. 대단한 분노자체두 훌륭한 볼거리다. 요즘 유행하는 버럭연기두 포함된다. 감정의 스펙타클! 인간은 인간한테 감동한다. 대자연은 경탄의 대상이다. 멋진 경치를 보구 울지 않는다.

20. 기다려라. ㅡ물은 100도에서 비로소 끓는다. 99도에서 포기한다면 얼마나 억울한가? 단 준비하면서 기다려라. 수천권의 독서와 수천편의 영화와 끊임 없는 배우훈련 속에서 배우는 탄생한다. 반짝배우는 금방 사라진다. 시대정신을 가진 배우만 산다.

21. 절박성을 기져라. ㅡ극중 인물의 절박성과 내 현실의 절박성이 일치할 때 좋은 연기가 나온다. 남보다 못한 내 현실이 배우하는 덴 더 좋은 여건이 된다. 연기는 내가 처한 현실에서 비로소 시작된다. 가혹한 현실을 원망하지마라. 고난이 배우의 유익.

22. 연기의 진정성을 가져라. ㅡ1차적으로 자신을 만족시키구 2차적으로 관객을 만족시키자. 자신이 믿지 않으면 관객이 믿지 않는다. 연기는 가장 주관적이며 동시에 객관적이다. 허구가 진실보다 더 진실할 때 관객은 빠져든다.

23. 진행만 하는배우가 되지 말자. ㅡ순간 살아있지 못하구 개성을 심어주지 못하구 극에 참가만 하구 있는 배우가 되지 말자. 배우가 순간 살아있지 못하면 영원히 사라진다. 요즘 유행하는 미친 존재감. ㅡ다크나이트의 히스 레저. 전율이다.

24. 습관적으로 대사하지 말자. 기 계적인 연기는 모두 하품나게 한다. ㅡ장인이 한땀 한땀 손으로 만든 수제품같은 연기에 관객은 열광한다. 공장에서 찍어낸 연기는 공장으로 돌려보내라. 연기는 생물이어서 조금이라두 맛이 가면 관객은 외면한다.

25. 연기는 깨달음이다. ㅡ가르쳐서 되지 않는다. 단지 방법론을 가르치는 것이다. 레미콘처럼 끊임없이 연습할 때 기적은 찾아온다. 안민수. 오태석 선생님. 위대한 나의 스승이다. 이젠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전수한다. 베푼다는 건 선배의 미덕이니까.

26. 두 줄기 눈물은 추하다. ㅡ 감정과잉은 관객과 배우를 지치게 한다. 여자한테 너무 친절하면 여자는 반드시 떠난다. 제 발루 나쁜남자 찾아가서 품에 안긴다. 왜? 너무 친절하면 호기심이 안 생긴다. 상상력이 작동 안 된다. 연기두 과잉은 금물.

27. 조연시대가 왔다. ㅡ언제까지나 청춘스타만 할 수 없다. 다양한 연기카드를 개발하자. 안 그러면 10년 공백기 때 뭐 먹구 살 것인가? 3개월만 화면에 비치지 않으면 배우는 잊혀진다. 잊혀진 배우는 국가두 어쩔 수 없다.

28. 관찰력을 기르자. ㅡ평소에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수첩에 기록하자. 언젠가는 써 먹는다. 작품 들어가면 이미 늦는다. 사투리두 꾸준히 연습해 둬라. 나중에 배역받구 배운다구 호들갑 떨지 말구. 늘 준비하라. 저녁에 술 먹구 신세 한탄 하지말구.

29. 애드립의 활용. ㅡ반드시 연출의 허락을 받구 해라. 안 그러면 공백기 길어진다. 자신의 연기의 시작과 끝을 정확하게 해서 상대에게 지장이 없도록 하라. 할 때마다 틀리게 하는 연기 결코 자랑 아니다. 갑자기 안 보이더라.

30. 배우는 상대에게 자신의 감정을 아낌없이 밀어줘야 한다. ㅡ잘 밀어줘야 다시 잘 받을 수 있다. 이러구 보면 연기는 참 민주적이다.상대에게 잘 배려해줘야 내가 대접받 듯. 연기자두 상호 소통하구 존중할 때 객석두 안심한다.

31. 문장부호를 무시하지 마라. ㅡ문장부호두 하나의 말이구 대사다. 단순히 폼으루 쉼표를 찍은 게 아니라 쉬어달라구 적어놓은 작가의 호흡이다. ?에서 확실히 묻구 !에서 확실히 느껴라. 화려한 기교보다 우직한 기초가 오래 간다.

32. 너무 지나친 애드립은 독이다. ㅡ언제 끝날지 모르는 애드립은 상대를 당황하게 한다. 제발 정확하게 연기해라. 애드립 연구 할 시간에 주어진 대사 더 분석해라.

33. 관객의 상식을 배반하라. ㅡ연기는 이중성을 지녀야 한다. 눈빛이 강하면 말은 부드럽게. 눈빛이 부드러우면 말은 강하게. 둘 다 부드러우면 졸리구 둘 다 강하면 부담스럽다. 부담스러움ᆢ섭외전화 안 온다. 귓가에 나직하게 속삭여라. 전화온다.

서병기 대중문화전문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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