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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이와 영어로 대화하는 ‘영어맘’이 뜬다
25일 오후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인근 한 패스트푸드점. 두 아들과 함께 가게에 들어선 최모(35)씨는 메뉴판을 손으로 가리키며 “What do you want to eat?” 이라고 물었다. 영어를 곧 잘하는 7살 큰 아들은 최씨의 물음에 “I want a cheese burger”라고 답했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돌아온 최씨는 5살 배기 둘째 아들을 무릎에 앉힌 후 음식들을 하나씩 가리키며 “What is it?”이라고 물었다. 아들이 한국말로 대답을 하려하자 최씨는 “Speak in English”라고 말했다.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하는 ‘영어맘’이 늘고 있다. 집에서 밥을 먹을 때도, 나들이를 나갈 때도 영어로 이야기를 나눈다. 아이들이 영어에 익숙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영어를 학원에서만 배우고 끝나서는 안된다는 게 ‘영어맘’들의 마음이다.

여성의 높아진 학력 수준도 영어맘들이 늘어나는 배경 중 하나다. 최씨는 대학시절 2년 동안 캐나다에서 어학연수를 했다. 최씨는 “그때 쌓았던 영어실력이 아이들 영어교육에 도움이 많이 된다. 하루에 2~3시간 이상은 아이들과 영어로 대화하려고 노력한다. 엄마가 영어를 자주 쓰니까 아이들도 관심을 갖더라”고 말했다.

영어맘들이 모두 유학파는 아니다. 스스로 공부를 하며 영어대화에 나서는 엄마들도 많다.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는 주부 권모(32)씨는 6개월 전부터 인근 여성회관에서 원어민 영어회화 강좌를 듣고 있다. 권씨는 “6개월이나 지났지만 아직도 영어로 한마디 꺼내는게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달달 외워서 짧은 문장이라도 많이 말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유아영어교육 관련 인터넷 카페에는 스터디를 만들어 영어공부에 나선 엄마들의 모습도 종종 눈에 띈다. ‘솔이사랑’이라는 한 네티즌은 “동네엄마들과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교재에 나오는 영어 대화문을 암기하고 서로 대답해 보기로 했다. 못하면 벌금도 낸다. 집안일 하면서 틈틈히 외우려고 부엌에 영어문구를 붙여놨다”며 열의를 보였다.

물론 부담을 느끼는 엄마들도 있다. 올해 6살 된 아들을 둔 주부 한모(32ㆍ서울 신길동)씨는 “매달 유치원비 23만원에 원어민 영어회화 수업비로 15만원을 더 내면서 영어교육을 하고 있다. 이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는데 또래 학부모가 영어로 대화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부담이 크다. 나도 뭘 해야 하나 싶고…”라고 털어놨다.

<박수진 기자@ssujin84>
sjp10@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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