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은 인재(人災)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기에 겨울 한파가 지렛대 역할을 했다. 경북 안동에서 구제역이 발생한 사실을 검역당국이 확인하기 전에 바이러스는 경기 파주 등 여러 지역으로 이미 전파된 상태였다. 사료ㆍ볏짚ㆍ약품 수송 차량은 물론 축산 농민까지 바이러스를 전국 각지로 실어날랐다. 도축장도 바이러스가 옮겨다니는 기착지 역할을 했다.
25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이런 내용의 ‘구제역 확산 원인 및 지역별 전파경로’ 분석 결과를 중간 발표했다.
검역원은 “경기 파주ㆍ연천 지역 축산농가가 구제역에 감염된 상태에서 이동통제 전에 경기 다른 지역으로 질병이 많이 전파됐다”면서 “이것이 전국적인 확산 요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단체의 뒤늦은 대응이 구제역 방역의 첫 단추를 잘못 꿰게 했다. 경북 안동의 한 양돈단지에서 구제역이 최초로 공식 신고된 것은 지난해 11월 28일이다. 하지만 5일 전에 같은 양돈단지에서 구제역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이때 간이 항체키트에서 음성 반응이 나왔고 이 과정에서 초동 방역조치가 늦게 이뤄졌다.
안동을 방문한 축분 처리업자가 사료차량, 가축 출하차량, 수의사, 수정사 등 인적ㆍ물적 이동이 많은 경기지역을 다녀오는 과정에서 구제역은 전국적인 재앙이 됐다. ‘경북→경기 북부→강원→경기 남부→충청’의 경로로 구제역은 확산됐다. 지난 24일 경남 김해 양돈 농가에서도 발병 사실이 확인되면서 구제역은 전국을 휩쓴 악몽이 됐다.
검역원은 “전국에 한파가 지속돼 소독 등 차단 방역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과거 구제역 발생시기는 3, 4, 5월로 방역하는 데 계절적 문제는 없었다.
한편 구제역 바이러스가 공기로 전파됐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지역 양돈농가 인근에서 공기를 포집해 공기 전파 가능성을 조사했지만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 야생동물에 의한 구제역 전파 사례도 없었다. 야생 멧돼지 225두를 대상으로 검사를 진행했지만 모두 음성으로 판정됐다.
홍승완 기자/s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