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의 등장이 반가운 이유는 하나같이 비슷한 노래와 춤, 외모로 등장하는 요즘 가요계에 오히려 신선함을 주기 때문이다. 몇 년 째 이어지고 있는 가요계 ‘아이돌 파워’에 싫증을 느낀 음악팬들은 이제 천편일률적인 장르보다 색다른 음악과 스타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
그동안 싸이가 떠났던 가요계에는 ‘엽기듀오’라는 타이틀로 활동해온 그룹 노라조가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해 왔지만 최근들어 싸이가 컴백하고 ‘개성’으로 똘똘뭉친 후배 가수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괴짜 가수군’이 형성되는 모습이다.
최근 활동을 시작한 ‘김박사’ ‘피기돌스’ 등은 이런 ‘틈새 시장’을 파고든 가수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름부터 심상치 않은 ‘김박사’와 ‘피기돌스’는 우선 독특한 외모로 네티즌의 눈길을 사로잡았지만, 뛰어난 가창력까지 인정받고 있다. 신곡 ‘뎃츠 베리 핫’으로 인기를 모으고 있는 ‘김박사(본명 김대현)’는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입상한 실력파로 알려졌다. 그는 데뷔 앨범의 작사, 작곡은 물론 프로듀싱까지 도맡고, 안무까지 직접 책임지는 싱어송라이터다. 지난 2008년 데뷔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김박사의 소속사 관계자는 “시암이란 이름으로 활동을 하다 김박사로 바꿔 다시 나오게 됐다. 단순히 노래 잘하고, 실력 있는 가수가 아니라 재미를 추구하는 가수를 찾다보니 ‘김박사’라는 이름으로 지었다”며 “싸이 이후에 실력도 있으면서 재미를 추구하는 솔로 가수가 등장하지 않았는데, 요즘 가요계에서 김박사의 음악에 흥미를 갖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노라조’의 소속사에서 새롭게 등장한 여성 3인조 ‘피기 돌스’ 역시 주요 가요 차트에서 주목받고 있는 ‘괴짜’ 신인이다. 이들은 데뷔 전부터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점령할 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청순, 섹시, 귀여움으로 무장한 기존 ‘아이돌’을 비웃기라도 하듯 ‘피기돌스’의 멤버들은 외모가 아닌 음악으로 승부를 걸었던 빅마마의 맥을 잇고 있다. 리더 김민선(21), 이지연(21), 박지은(18)의 몸무게는 셋이 합쳐 200킬로그램이 거뜬히 넘을 정도다. 소속사는 멤버들에게 오히려 다이어트를 권유하기 보다는 맛있고 몸에 좋은 음식을 많이 먹으라고 권유한다고.
타이틀 곡 ‘트렌드(Trend)’가 뚱뚱한 사람들이 무시당하는 사회를 비난하고 있는 가사를 담고 있는 점도 흥미롭다. 이들은 편견에 굴하지 말고 자신감을 가지고 살자는 가사 내용처럼, 가요계에서 자신들만의 개성으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다.
이 밖에도 얼마전 노라조가 피처링한 ‘러닝맨2(Running Man2)’를 발표한 ‘강일IC’, 코믹한 가사와 콘셉트로 눈길을 모은 ‘리미와 감자’도 ‘오빠 나추워’란 곡으로 사랑받고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아이돌 음악에 지친 최근 대중음악 시장에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라마 OST가 아이돌 가수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한다거나, ‘슈퍼스타K’ 출신 신예들이 가요 차트를 점령하기 시작했다”며 “독특한 외모와 개성을 지닌 이런 ‘괴짜 가수’들이 장르의 다양성과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홍동희 기자/mysta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