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역사적인 미ㆍ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간 협력방안, 북한 및 이란 핵 등 안보문제, 중국의 인권문제 등에 관해 논의했다. 양국 정상 사이에서 8번째로 열린 이번 회담은 명실상부한 ‘G2 시대’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이날 두 슈퍼파워는 두 차례의 정상회담과 공동성명, 기자회견을 통해 ‘긍정적이며 건설적이고 포괄적인’ 양국 관계를 구축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특히 국제 안보분야의 최대 관심사인 한반도 문제와 관련, 양국 정상은 북한의 비핵화가 최대 목표이며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
▶ 한반도 비핵화 원론적 합의=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ㆍ중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이 추가도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데 합의했다”면서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여야 한다는 데 합의했으며 국제공동체는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이 약속위배며 국제적 의무 위반이란 점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후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ㆍ안정을 유지하고 한반도의 비핵화를 촉진하며 동북아의 지속적인 평화ㆍ안보를 달성하기 위해 관련 당사자들과 공조ㆍ협력을 강화하고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번 회담의 결과는 구체적 해법이라기보다는 원칙적 공감대를 재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의 핵ㆍ미사일 프로그램이 미국 안보에 직접적 위협이 되며 북한 UEP가 국제의무 위반이라는 점을 직접 언급한 것은 북한에 대한 경고와 함께 중국에 비핵화 노력 동참을 표명한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특히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미국과 더불어 “북한의 우라늄 농축 계획에 대해 ‘우려(關切)’을 표시했다”고 밝힌 점은 지난 14일 추이 부부장이 “북한 UEP가 현재로서는 완전히 명확하지는 않다”고 한 것과는 뉘앙스가 다른 ‘진전된’ 입장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 ‘긍정적ㆍ건설적’ 협력 증진=양국 정상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 중국 무역을 450억달러 늘리고 미국내에 23만5000개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수출 패키지에 합의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중국의 협력은 양국은 물론 세계에도 좋은 일로 중국의 평화로운 부상은 미국에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고, 후 주석은 “중국과 미국은 공동의 이해관계를 확대하고 점증하는 공동의 책무를 나눠갖기로 하는 등 양자관계에서 중요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은 또 양국 간 군사교류 및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한 인적교류 강화에도 합의했다.
▶ 환율ㆍ인권 문제 ‘여전한’ 입장 차=양국 정상은 환율 및 인권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견을 드러냈다. 오바마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위안화는 저평가 돼 있다”면서 “중국 정부가 최근 2000억달러를 쏟아부어 환율시장에 개입한 사실은 위안화가 평가절하된 상태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인권문제와 관련, 오바마 대통령은 후 주석에게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와 중국 정부 대표들이 만나 대화하기를 기대한다고 전달했으나 후 주석은 “나라마다 사정이 다르다는 점을 참작해야 한다”며 “상호 존중과 내정불간섭이란 토대 위에서 미국과 인권대화를 해 나갈 용의가 있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유지현 기자/prodig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