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보강조사후 재청구
일부선 수사장기화 우려도
강희락 전 경찰청장의 영장이 기각되면서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던 ‘유상봉 로비 수사’가 초반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강 전 청장 구속 이후 이길범 전 해양경찰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미 출국 금지 조치한 이동선 전 경찰청 경무국장 등 유 씨와의 유착관계를 의심받고 있는 전ㆍ현직 경찰 고위 간부들을 잇달아 소환하는 게 검찰의 예상 행보였다. 유 씨가 경찰을 집중적으로 관리했고, 전ㆍ현직 경찰 고위 간부들이 유 씨에게 공직자들을 소개시켜 줬던 만큼 경찰 간부들부터 짚고 넘어가면 로비 의혹의 핵심인 정ㆍ관계 인사 쪽으로도 수사 확대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서울동부지법 최석문 영장전담판사는 13일 “피의자(강 전 청장)를 구속해야 할 만큼 충분한 소명이 이뤄졌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우지 못하게 되자, 이 전 청장의 영장 청구나 전ㆍ현직 경찰 간부들에 대한 조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검찰이 전직 경찰 총수의 구속이라는 사회적 파문을 감수했다는 것은 상대방이 혐의를 피해 갈 수 없다는 확신이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오히려 영장이 불발된 상황은 검찰이 성급한 수사로 경찰 총수를 옭아매려 했다는 비판을 낳고 있다. 검찰도 부담을 느끼고 있다.
서울동부지검 관계자는 이 전 청장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강 전 청장에 대한 영장이 기각된 만큼 조금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영장 기각 사유가 ‘소명 부족’이라는 점에서도 검찰은 체면을 구겼다. 벌써부터 검찰이 유 씨의 진술만 믿고 구체적인 증거 확보에 소홀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동부지검 관계자는 “유 씨가 자신이 처벌받을 것을 알면서도 왜 강 전 청장에게 돈을 줬다고 인정했겠느냐. 증거가 있으니까 자백한 것”이라며 증거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또 “피의자(강 전 청장)도 4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는데, 이번 결정은 대단히 이례적”이라며 반발했다.
검찰은 보강조사를 거쳐 다음주 초에 강 전 청장에 대한 영장을 재청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수사 흐름상 이미 추진력이 수사 초기와 같지 못하고, 수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가 장기화되면 안 된다는 당위성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조사할 것이 아주 많고 복잡하다”며 단시일 내에 끝내기에는 무리라는 입장을 전했다.
도현정 기자/kate01@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