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한 사람 바뀌었을 뿐인데… 김석동 이름 석 자가 대단하긴 대단하네요”
금융지주회사 임원 중 한 사람은 지난 주 금융권을 출렁이게 한 김석동 금융위원장 발 저축은행 이슈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관치의 화신’이라는 별명답게 그의 등장과 말 한 마디가 정체돼 있던 저축은행 업계 구조조정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을 보고 놀랐다는 게 금융권의 반응이다.
지난 3일 신년 시무식과 업무를 시작한 김 위원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저축은행의 위기가 시스템 리스크로 연결되면 안된다는 점에서 은행들의 저축은행 인수는 바람직한 방향”이라며 “부실 정도에 따라 부담이 크지 않은 곳은 자체 구조조정을 통해 살리지만, 회생이 어려운 곳은 폐업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의 이같은 발언은 곧장 지난 5일 열린 범금융권 신년인사회에서 효과가 바로 나타났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을 비롯한 주요 은행지주회장들이 저축은행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저축은행 인수에 머뭇거리던 은행지주사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인수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물론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한다는 조건이 붙긴 했지만 저축은행 업계 구조조정에 은행권이 뛰어들 의사가 있다는 것 자체가 파장을 일으킬만한 소식이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김석동 어프로치(approach)’가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영국에서 기업과 금융기관 간 직접 협상에 의해 진행된 구조조정을 일컫는 ‘런던어프로치’란 용어에서 차용, 여러 절차를 거치는 번거로움 보다 금융당국이 직접 시장에 개입해 정체된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는 것을 두고 ‘김석동 어프로치’라고 이름 붙인 것이다.
여전히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구조조정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지만 금융회사들이 금융당국 수장의 한 마디에 곧장 반응하며 새로운 해법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김석동 어프로치는 큰 의미가 있다.
여러 상황을 가정할 때 김 위원장이 취임 전부터 저축은행 문제 등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고, 금융회사 CEO들과의 충분한 교감이 있었다는 증거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IMF구제금융 당시처럼 팔을 비트는 식의 관치가 아닌 문제에 대한 공감과 해법의 공유가 민ㆍ관이 일치되고 있는 느낌을 주고 있다. 보다 세련된 관치가 김 위원장의 등장으로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다.
추가적인 시장의 동요를 막기 위해 금융위원회에 내부는 함구령이 내려진 상황이다. 저축은행 담당부서인 중소서민과는 김 위원장 취임 이래 새벽까지 야근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시장은 백년하청 같던 저축은행 구조조정 문제에 대해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뚜렷한 해법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갖고 있다.
과거 김 위원장과 함께 은행권 구조조정 등을 경험했던 금융권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나서면 뭔가 진행된다는 느낌을 갖게 될 정도로 일의 진척이 눈에 보인다”며 “이번 저축은행 구조조정 문제도 단 시간에 처리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박정민 기자@wbo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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